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ESG는 전문용어 취급을 받았습니다. 금융기관이나 투자사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조차 생소한 분야로 여겼지만, 이제 ESG는 국내외에서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지표가 됐습니다.
Ⅱ장에서는 2021년 국내와 해외에서 꼭 알아야 할 8대 ESG 규제와 동향들을 소개합니다. 이정표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적지를 탐색해봅니다.
ESG가 자본시장에 주류화(mainstream)되면서, 가장 큰 이슈는 ESG 정보공개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스테이널리틱스 (Sustainalytic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ESG 표준 제정기관, 데이터 공급업체, 평가기관 등은 600개가 넘는다. ESG 정보공개 표준만 해도 2021년 1월 현재, GRI, SASB 등 대표적인 표준 외에도 전 세계에 374 개나 존재한다.
때문에 2020년 1월 EU 집행위원회는 비재무공시의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는 안건을 발표했다. 재무정보처럼 비재무정보 또한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IIRC (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SB(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 CDP(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 등 5개 기관은 2020년 9월 공통 표준 제정에 합의했고, 12월 프로토타입 보고서를 공개했다. SASB와 IIRC는 2021년 중반까지 합병키로 하고 이름을 ‘Value Reporting Foundation’으로 바꾼다. CDSB 또한 합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비즈니스협의회(IBC)는 4대 회계법인 (Deloitte, EY, KPMG, PwC)과 함께 2020년 9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지표(Stakeholder Capitalism Metrics)’를 발표했다. 21가지 핵심지표와 34가지 확장지표로 구성된 SCM은 GRI를 중심으로 다른 공시 표준 및 프레임워크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 2021년 1월 26일 진행된 ‘다보스 어젠다 2021’에서 전 세계 61개 기업이 이 지표체계를 활용해 비재무 정보를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ESG 정보공개 표준 논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끌 기관은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이다. IFRS 재단은 2021년 ESG 정보공개 표준 제정을 위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SSB,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한스 후거보스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의장은 지난해 “기업 연차보고서의 실무지침서 개정을 통해 기후위기 이슈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2021년 상반기에 공개초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ESG 정보공개 표준화 논의는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 딜’을 발표하며, EU가 2050년 전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대륙이 될 것임을 선포했다. 2020년 3월에는 법적 기반인 ‘유럽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이 상정됐고, 오는 6월까지 유럽의회와 이사회 최종 승인을 받으면 발효된다. EU 정상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로 합의했으나, EU 집행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60% 감축을 기후법에 명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럽 기후법을 뒷받침할 기후정책 법안들 또한 대거 개편될 전망이다. 유럽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규정, 토지 이용 및 산림(LULUCF, Land Use, Land-Use Change and Forestry) 규정, 재생에너지, 탄소국경세 등 이른바 ‘Fit for 55’로 불리는 법안들이 그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에서 가장 핵심은 2020년 4월 발표된 ‘지속가능금융 10대 실행계획’이다. 이 중에는 EU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일명 EU Taxonomy) 마련 EU 녹색채권 표준 수립 저탄소 벤치마크 신규 설정 금융회사의 기후변화 관련 비재무정보(리스크 포함) 공개 제도 등이 포함돼 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EU는 기후변화 및 탈(脫) 탄소 경제로의 전환 로드맵을 서두르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 격차에 따른 가격차 보전을 위한 세금이다. EU는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U 입장에서는 탄소배출 감축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국경세 도입을 필수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EU 탄소국경세 도입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을 논의하기도 했다. EU 공청회안에 따르면, 탄소 집약적인 제품이나 업종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수입품에도 EU의 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하는 방안 모든 수입품에 소비세 또는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회계법인 EY한영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미국, 중국 3개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23년 철강·석유·전자·자동차 등 국내 주요 업종에서만 해마다 5억 3,000만 달러(6,000억 원)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해 16억 3,000만 달러(1조 8,700억 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U 택소노미, 일명 녹색분류체계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 기준이다. 2020년 3월 최종 보고서가 나왔으며, 기후변화 리스크 완화 기후변화 리스크 적응 수자원 및 해양생태계 보호 자원순환 경제로 전환 오염물질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복원 등 6대 부문이 녹색으로 인정된다. 택소노미는 2022년 1월부터 공식 적용되는데,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에 따라 ESG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기업은 향후 택소노미에 따른 활동 및 성과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모든 투자자와 금융기관도 택소노미가 적용된 투자 및 금융자산 비중을 공개해야 한다.
EU는 또 3월부터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를 실시한다. SFDR은 금융기관의 투자결정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리스크, 지속가능성 관련 부정적 영향, 금융상품에 대한 지속가능성 정보 제공 등에 관한 원칙이 담겨있다. 지속가능성 리스크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EU는 2018년부터 유럽 기업에 적용되던 비재무정보 공개지침(NFRD)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U는 회계연도 평균 근로자수 500인 이상, 자산총액 2,000만 유로 또는 순매출 4,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이나 공익법인에, 비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 개편으로 의무 공시 범위가 확대되고, 사회(S)와 지배구조(G) 측면의 보고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재무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를 의무화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20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은 서명기관들에 TCFD 채택을 의무화했고, 영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홍콩 등도 의무화 대열에 동참했다.
EU는 순환경제 플랜 2.0을 2020년 3월 마련하고 총 35개 추진과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규제는 핵심 사안이다.
2021년 1월 1일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에 대한 세금을 도입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1kg당 0.8유로(80ct)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제조업체인 생산자 책임이 강화돼, 빨대와 면봉 등 일회용 플라스틱 출시 금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90% 회수,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 및 제품 폐기 및 재활용 방법 제시 의무화, 제품 내 플라스틱 함유량 등 정보제공 의무화(라벨) 등이 포함돼 있다.
EU는 2030년까지 패키징에 바이오 성분 함유량을 최소 60% 이상 확대하고,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5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플라스틱세 도입으로 약 57억 유로(7조 6,0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거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플라스틱 제품은 한국의 대(對)EU 5대 수출 품목으로, 2019년 기준 21억 4,000만 달러(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향후 지속가능한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개발이 경쟁우위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MSCI의 <2021 ESG Trends to Watch>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Biodiversity) 이슈는 “향후 기후변화처럼 폭발적인 ESG 이슈”로 손꼽힌다. 2021년 15번째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오는 5월 중국 쿤밍에서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Post-2020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 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이를 탄소회계에 반영하듯, 생물다양성 발자국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UNEP FI와 WWF(세계자연기금)을 비롯한 34개 금융기관과 영국, 프랑스, 페루, 스위스 등 금융규제당국, 세계은행, OECD 등 62개 기관이 모여 2020년 9월 ‘TNFD(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를 설립했다. 2022년 말까지 생물 다양성과 자연보존에 관한 금융 프레임워크를 만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악사(AXA), BNP 파리바, Sycomore, Mirova 등 자산운용사 연합은 기업의 생물다양성 발자국(biodiversity footprint) 측정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리스크의 재무적 영향이 측정되면, 이는 공급망 이슈와 함께 기업의 가치사슬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의 책임투자가 강화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과 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은 2020년 12월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은 2021년 서한에서 기업들에게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투자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산업별 정량적 지표를 보고하는 SASB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고, 기후변화의 영향 보고를 위해 TCFD 보고를 권고했다.
‘이사회 다양성(Diversity)’에 관한 기관투자자들의 정보공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는 2021년부터 투자 대상기업의 성별·인종 다양성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정책문서를 공개했다. SSGA는 이사회 다양성 부족을 이유로 전 세계 234개 기업의 이사회 지명자에 반대표를 던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또한 미국과 유럽 기업에 대한 투표 기준에 여성이사 비율을 포함시켰다. 블랙록도 아시아 지역에 최소한의 성별 다양성 기대치를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반대투표를 할 것을 밝혔다.
ESG 이슈 가운데 언론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이슈는 ‘공급망 ESG’ 부문이다. 2015년 영국에서 ‘현대판 노예제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이 만들어진 이후, 2017년 ESG 평가기관들은 공급망 내 인권조사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 2017년 9월 글로벌 공급망 평가기관인 에코바디스(EcoVadis)는 ‘공급망의 강제 노동과 인권 지수’를 발표했다. 2018년 6월 대형 유통회사 테스코와 타깃은 ‘CDP 공급망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등 공급망 인권 문제는 기업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엔책임투자원칙(PRI)는 투자 과정에서 인권 항목을 포함시키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기존 정보공개 프레임워크 중 한 부문으로 공급망 인권 보고 의무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2/4분기를 목표로 기업 공급망 실사제도(due diligence) 도입을 의무화 하는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EU 수출기업에도 적용될 방침이기에, 책임감 있는 원료조달(Responsible Sourcing) 문제는 향후 매우 중요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면서다. 먼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했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의 경우 2022년부터 1조 원 이상, 2024년부터 5,000억 원 이상, 2026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환경·사회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매년 100여 개 기업 정도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해 왔지만, 거래소에 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업은 20개에 불과했다. 이에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고, 2030년 이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한국거래소는 ESG 정보 공개 활성화를 위해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거래소가 직접 선정한 권고 공개 지표 12개 항목, 21 가지 지표도 공개했다. 환경 부문 5개 항목(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 물 사용 폐기물 배출 법규 위반·사고), 사회 부문 4개 항목 (임직원 현황 안전·보건 정보 보안 공정경쟁), 거버넌스 부문 3개 항목(경영진의 역할 ESG 위험 및 기회 이해관계자 참여)이다.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 채권(Social Bond), 이 둘의 성격을 합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등 특수목적 발행 채권의 증가율도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2020년 8월 아시아 지역 ESG 채권 발행 1위에 기록되기도 했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글로벌 ESG 채권 발행량은 2018년 1,980억 달러에서 2019년 3,282억 달러로 전년 대비 65% 성장, 2020년에는 4,841억 달러로 전년 대비 63% 증가하는 등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까지는 녹색 채권의 비중이 발행량의 80%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녹색채권의 비중이 60%로 낮아지고 사회적 채권의 비중이 25.5%로 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
국내 ESG 채권 또한 2019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원화 ESG 채권 발행액은 2018년 9,500억 원에서 2019년 27조 3,300억 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20년 11월 기준 ESG 채권 발행액은 51조 원에 달했다. 채권 발행이 빠르게 증가해 블룸 버그 집계 결과 2020년 8월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발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별 규모로 따지면 미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4위였다.
국내 ESG 채권 발행은 사회적 채권이 주를 이뤘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MBS(주택저당증권)를 크게 발행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 중소기업 벤처진흥공단 등 공기업과 은행, 캐피탈 등 금융기관에서도 사회적 채권을 활발히 발행했다.
2021년에는 민간 기업도 ESG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녹색채권의 발행이 증가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친환경 설비 개선을 위해 2,500억 원을, 현대오일뱅크는 탈황 인프라 증설을 위해 2,000억 원을 녹색채권으로 조달했다. LG화학·LG전자 등 계열사들의 대규모 자금조달을 앞둔 LG그룹도 녹색채권 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2021년 3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해 놓은 뒤 실제 배출량이 이보다 적거나 많을 경우 그 여분 또는 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3기 시행으로 배출권을 유상으로 구매해야 하는 업종과 배출권 수량이 늘었다. 기존에 62개 업종 중 26개 업종만 배출권을 구매해야 했다면, 3기부터는 69개 업종 중 40개 업종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또 이전에는 할당된 배출권 중 3%만 돈을 주고 구매하면 됐다면, 이젠 10%를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유상 할당을 늘려 오염 원인자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계획된 제3기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 투자사나 개인 등 제3자 거래를 통해 배출권의 낮은 유동성을 해소할 방침이다.
배출권거래제가 확장되면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배출권 리스크도 관리해야 한다. 무상 할당량을 초과하게 되면 추가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금액이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증가해 재무적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2060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선언한 지 일주일 후에 발표했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新)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3가지 축을 중심으로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이어 산업부에서는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위한 ‘한국형 RE100 캠페인’ 도입과 석탄화력 발전 30기 폐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확대 등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또한 탄소 배출량에 대한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도 논의 중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로 이미 부담금을 내는 기업의 반발,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는 탄소세의 역진적 성격, 물가 상승 등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이에 맞춰 금융위원회도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녹색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게 자금조달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후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SG 투자 방법 중 한 가지인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그중에서도 석탄 투자 배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다. 탈석탄에 다소 소극적이던 국내 금융사·연기금·보험사들도 글로벌 흐름에 따라 석탄을 배제하겠다고 나섰다.
탈석탄 금융의 포문을 연 건 2018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 이다. 이후 DB손해보험, 교직원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등도 연이어 대열에 참가했다. 민간 금융사로는 KB금융이 최초다. 2020년 KB금융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석탄화력 발전 감축을 위해 국내외 석탄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그룹도 ‘탈석탄 금융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석탄과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주력사업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밀고 있는 한화그룹의 6개 금융사 또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석탄발전 관련 일반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석탄과 거리를 뒀다.
특히 비금융권의 탈석탄 선언도 이어졌다. 한국전력은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했다. 한국전력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국내외 환경단체와 글로벌 투자가들에게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전력은 2021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 부터 투자 중단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네덜란드 연기금(APG)는 한전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붕앙2호기 설계·조달·시공사업자로 참여한 삼성물산도 “앞으로 석탄 관련 신규 사업엔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관계사들도 “석탄 사업에 투자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탈석탄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저탄소 경제로 안정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녹색채권 발행이 필수적이다. 녹색채권 활성화의 첫 시작은 ‘택소노미(Taxonomy)’다. 녹색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어떤 경제활동이 해당하는지 가리는 작업이다.
환경부는 2021년 상반기까지 녹색 경제활동의 판단 기준이 되는 택소노미를 마련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한국형 녹색채권 안내서’에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환경부는 6가지 환경목표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 기여해 ‘환경개선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정의했다. ①기후변화 완화 ②기후변화 적응 ③천연자원 보전 ④생물다양성 보전 ⑤오염 방지 및 관리 ⑥순환자원으로의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녹색채권원칙(GBP)를 참고하여 10대 분야를 언급했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오염 방지 및 저감 지속가능한 농·축·어업 등 생물 다양성 보전 청정 운송 지속가능한 수자원 관리 기후변화 적응 순환경제 친환경 건물 분야다.
OECD 29개 회원국 중 8년 연속 유리천장 지수 꼴찌를 기록한 한국이 오명을 벗기 위해 여성 임원 할당제를 의무화했다. 2019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할당제’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삽입한 개정된 법안에 따라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늦어도 2022년 7월부터 이사회에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등기 임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여성 임원 할당제가 통과된 지 1년 반 남짓 지났으나, 여전히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절반이 넘었다. 2020년 7월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상장법인 2,148개 기업 중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66.6%에 달했다.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69.4%였다. 단 45개 기업만이 한 명 이상의 여성 임원을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보다는 긍정적인 결과였다. 2020년 전체 상장법인 여성 임원은 196명으로 2019년에 비해 1.4%p 늘어났다.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중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45개로 2019년에 비해 1.7배 증가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란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내에선 2016년 12월 처음 도입돼 올해로 5년째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성과를 평가하고, ESG 관련 수탁자 책임 강화 등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영국과 일본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기관투자자의 ESG 수탁자 책임을 강화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재무보고위원회(FRC)에서 수탁자 책임 범위를 기존 지배구조 중심에서 환경·사회 이슈로 확대했으며, 투자를 집행하기 전 기업의 주요 ESG 이슈를 살펴보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본 금융청도 스튜어드십 개정을 통해 ESG 이슈를 포함하고, 의결권 자문사 관련 별도 원칙을 반영했다.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 할 전망이다.
당장 시행이 확정된 것은 의결권 자문사에 관한 관리·감독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침이다. 우선 금융투자업자가 의결권 자문사를 이용하는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021년 중에 제정하고, 추후 자본시장법에 관리·감독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의결권 자문사 신고·등록제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146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심의·의결했고,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에 이어 2021년 1월 우정사업본부까지 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내 4대 연금이 모두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게 됐다.